https://www.khan.co.kr/economy/finance/article/202306191638001
‘해외선물 리딩 사기’ 기승…“해외선물 투자 싸고 쉽게 해줄게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달 해외선물 리딩 사기를 당했다. 주식 정보를 공유하는 카카오톡방이었는데, 해외선물 투자를 홍보하는 글이 종종 올라왔다. 한동안 관찰만 하던 A씨도 “해외선물로 이득을 봤다”는 인증글들에 혹해 자신을 ‘전문가’라고 칭하는 B씨에게 연락을 하게 됐다.
B씨는 곧 A씨에게 스마트폰에 가짜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을 깔게 하고 계좌번호를 주며 입금을 요청했다. 입금을 한 A씨는 B씨의 리딩(지시)에 따라 매수·매도를 반복했다. 하지만 카카오톡방에 인증글이 쏟아졌던 것과 달리 수익은 나지 않았고 A씨의 투자금은 금세 사라졌다. A씨는 “당시에는 몰랐지만 이용한 MTS도 다 가짜였고, 실제로 거래가 이루어지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A씨의 피해 금액은 1200만원에 달했다.
가짜 HTS(홈트레이딩시스템) 혹은 MTS을 이용한 해외선물 리딩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9일 포털사이트 카페 혹은 블로그를 보면 해외선물 리딩을 홍보하는 광고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들은 그럴듯하게 만든 가짜 HTS 혹은 MTS에서 투자자들이 거래하도록 한 뒤, 실제로는 이루어지지도 않은 거래에서 큰 손실을 본 것처럼 꾸며 투자자들의 돈을 가로챘다.
왜 속았을까…그럴 듯한 HTS·MTS
A씨가 이용한 가짜 HTS 화면 | A씨 제공
A씨도 ‘리딩 사기’를 의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B씨가 설치하라고 시킨 MTS 어플리케이션(어플)이 수상해 “어플은 증권사에서 운영하는 거냐?”라고 물었다. B씨는 “어플은 OO투자증권 측에서 제공을 받고 있다”며 유명 증권사와 계약된 프로그램이라고 A씨를 안심시켰다. MTS와 HTS 화면이 그럴듯한 점도 A씨를 안심시켰다.
리니지M 사전예약 중
A씨는 “처음에 4000만원가량을 입금한 후 손실을 보고 남은 3000만원을 출금 요청했었다. 그때 바로 출금을 해줘서 더 믿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하지만 주말에 MTS에 들어갔는데 어플이 아예 실행이 안 돼서 이상했고, 온라인 검색을 해보다가 사기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카카오톡방은 여전히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고 150명 정도가 들어와 있다. 운영자가 방을 한번 바꿔서 지금은 카카오톡방 이름도 주식 투자와 전혀 상관이 없는 ‘오늘도 화이팅’ 같은 것이 됐다”고 말했다.
“해외선물 거래 쉽게 해줄게”
해외선물 리딩 사기 업체들은 개인 투자자가 정식 증권사에서 해외선물 거래를 하려면 까다로운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는 점을 이용해 투자자들을 모집하기도 했다. C씨(58)도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 4월 해외선물 리딩방에서 사기를 당해 500만원가량을 잃었다.
C씨는 “증권사를 통해 해외선물 거래를 하려면 예치금이 2000만원 정도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해당 업체에서 ‘우리를 통해 투자하면 교육도 안 받아도 되고 돈도 많이 안 넣어도 된다’고 해서 입금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선물투자를 하려면 종목별로 증거금을 예치해야 하고, 파생상품 투자를 위해 필요한 사전교육 및 모의투자 교육을 거쳐야 한다.
C씨는 “수익 인증글을 보고 투자를 했는데, 투자금을 넣은 이후 5분~10분 만에 로스컷(손절매)를 당했다”며 “손해를 보면 ‘원금이 얼마 안 돼서 그런 거라며 추가 입금을 유도했다”고 말했다. C씨가 업체를 경찰에 신고한 후 리딩 사기 업체는 “고소를 취하하면 10분 안에 피해금액을 입금해 주겠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해외선물 리딩 사기 업체가 운영하는 카카오톡방 | C씨 제공
“돈 부족하면 우리가 지원금 줄게”
투자자들에게 지원금을 주겠다며 접근하는 업체도 있었다. 30대 직장인 D씨는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 업체에서 2020년 3월과 10월 해외선물 사기를 당했다. 2020년 3월에 크게 손실을 본 후 그만뒀는데, 얼마 후 리딩 사기 업체에서 “한 번 더 하지 않겠냐”고 연락이 왔다. D씨는 “처음에는 단순히 제가 거래를 잘 못 해서 돈을 잃은 줄 알았다”고 말했다.
리딩 사기 업체는 D씨를 비롯한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하고 싶은데 증거금이 부족하면 우리 업체를 이용해보라”며 투자자들에게 ‘지원금’을 주겠다며 광고했다. 가짜 MTS 혹은 HTS에는 투자자 아이디에 입금이 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돈이 오가지 않는다.
해외선물 리딩 사기 업체의 홍보글 | D씨 제공
D씨는 뒤늦게 사기인 것을 알아차리고 2021년 3월 경찰에 처음 신고를 했는데, 현재까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로 기소된 피의자들은 오는 22일에도 춘천지방법원에서 공판을 앞두고 있다.
D씨는 “사기꾼들이 대포폰을 이용하다 보니까 현실적으로 돈을 돌려받기가 어려웠고, 재판까지 오는 과정도 길고 힘들었다”며 “피해 금액을 다시 모으려면 10년 넘게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한다. 피의자들이 엄벌을 받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출처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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