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생성 인공지능(AI) 달리(DALL·E)가 만든 그림."돈 벌어보겠다고 잠도 아껴가며 했는데 돈도 가족도 잃었다."(토스증권SOXL종목토론방)
최근 서학개미 사이에선 주식 투자자 A씨가 쓴 글이 화제였다. A씨는ICE반도체지수의 일일 변동률을 3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SOXL) 투자자로,SOXL에 투자해 마이너스(-) 54.8%의 수익률을 거뒀다. 손실액은 원금의 반이 넘는 1억81만원이었다.
A씨가 주식을 전량 매도한 시기는 미국발 관세 정책으로 증시가 요동치면서SOXL의 주가가 하루에만 수십퍼센트(%) 빠지던 시점이었다.SOXL주가는 지난 3일(현지시간)부터 8일까지 나흘 만에 49.26% 내렸다. 그러나 A씨가 글을 올린 다음날 주가는 54.79% 뛰었다.
A씨는 변동성이 극도로 높은 미국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는 수많은 서학개미 중 한 명이다. 국내 투자자는 최근 한 달간SOXL을 31억 6073만달러(약 4조 4844억원)어치 매수했다. 테슬라, 엔비디아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품과 나스닥100 지수의 변동률 3배를 정방향, 역방향으로 추종하는 상품에도 수천억원이 모였다.
최근 한 달간 한국 투자자의 미국 주식 레버리지 상품 투자 현황. /그래픽=윤선정서학개미는 왜 이렇게 변동성 높은 투자를 하는 걸까. 전문가들은 한국인의 고변동성 투자의 이유로 △무엇이든 결과를 빨리 보고 싶어 하는 급한 성격 △2030세대의 일확천금을 노리는 심리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 심리의 확산 △다수의 행동을 따라 하는 군집행동을 꼽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동산을 통한 자산 형성이 어려워지자 자본시장을 '한 방'의 기회로 보는 경향이 강해졌다"라며 "청년층의 상대적 박탈감과 자산 분배의 불균형도 고변동성 상품의 인기에 영향을 미쳤다.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자산 축적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사람은 남의 시선을 상당히 의식하고, 군집행동(HerdingBehavior)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남을 따라 하려는 심리가 굉장히 강한 건데, 이 때문에 투자할 때도 추종 매매를 한다거나 변동성이 높은 곳에 투자를 많이 한다고 볼 수 있다"라고 봤다.
한국인의 대표적인 고변동 투자처였던 미국 증시는 시들한 상태다. 올해 나스닥 종합지수는 15.42% 하락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6.42%, 에스엔피(S&P)500 지수는 10.10% 하락했다. 한국인이 많이 사 모은 빅테크 기업인 테슬라(-36.31%), 엔비디아(-24.45%), 애플(-20.33%)의 하락 폭은 더욱 크다.
이 때문에 올해는 미국 증시에 몰리는 투자금이 전년 대비 적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상헌iM증권 연구원은 "어느 시장이든 상승하는 곳에 투자금이 몰린다. 코인 시장이 부진해 그 시장에 있던 자금이 미국 주식 레버리지 투자로 갔었는데, 올해는 미국 증시가 부진하니 자금 이동이 주춤할 것이라고 본다"고 평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인 투자자가 미국 증시를 떠나더라도 또다른 고변동 투자처를 찾아갈 것이라고 본다. 김대종 교수는 "한국인들은 경제 급성장기와 외환 위기,IT버블, 부동산 급등 등 다양한 자산의 버블과 붕괴를 겪었다"라며 "이 같은 경험으로 한국인들은 보수적 투자보다 기회 포착형 투자에 익숙해졌다"라고 했다.